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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염의 위엄과 명예

2018-06-09 02:09:14, Hit : 132

작성자 : 박종영
      수염의 위엄과 명예 - 박종영 어느 병원 중환자실 생과 죽음, 빛바랜 이승의 갈림길에서 진정한 표정으로 창백한 중환자들, 그들의 마지막 소원으로 덥수룩한 수염을 깎기 위한 무표정한 면도날을 거머쥔 간호사들의 눈빛에서 인자한 이별의 눈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느 아침, 거울 앞에서 거뭇한 수염의 얼굴을 면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신기하게도 면도가 지나가는 자국마다 콧수염의 위엄이 명예롭게 살아나 아버지 당신이 남기고 간 인자한 웃음이 오늘따라 그리움으로 빈 뜨락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수염은 사람을 초췌하고 초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수염도 잘 가꾸고 다스리면 위엄과 명예를 상징함으로 돈 안 드는 소중한 장식이 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수염을 기르고 깎으면서 잘라낸 만큼 성장합니다 어느 날 내 수염도 간호사의 면도날에 마지막 이별로 깎이는 날이 있을 것인가 싶어 오늘 아침 거울 앞에 앉아 위엄 있는 수염의 명예를 위하여 가장 정성을 쏟아 깎아내는 지금, 바라보는 얼굴이 참으로 경건한 시간으로 소중합니다 photo by 고규홍 시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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